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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인간과 쥐

by maverick8000 2026. 5. 8.

 

 

 

1970년대만 해도 집에서 쥐를 자주 봤다.

낮엔 부엌 작은 하수도 구멍으로 나타났고 밤엔 천장을 뛰어다녔다. 쥐덫을 부지런히 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쥐는 생후 5주만에 임신을 시작해 3주 만에 새끼를 낳는다.

쥐 한 쌍은 1년 뒤 1000마리로 불어난다.

 

▶쥐는 먹거리를 두고 인간과 오래 경쟁했다.

인간과 서식지가 겹치는데다 인간이 먹는 모든 것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식가여서

어떤 종은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세 배까지 먹는다.

조선 실학자 정약용은 “곡식을 축내고 물건을 망가뜨리니 백성의 피가 마르고 뼈마저 마른다’고

한탄했다. 1970년대 초까지도 한 해 곡물 생산량의 8%를 쥐가 먹었다.

1970년 농림부는 1차 쥐잡기 캠페인으로 쥐 4300만 마리를 잡아 106만석의 양곡 손실을 막았다.

쥐를 잡아 꼬리를 동사무소에 내면 보상금으로 5원을 주던 시절이었다.

 

▶대항해시대 신대륙으로 떠나는 유럽 범선은 쥐 잡는 ‘쉽캣’(ship cat)을 반드시 태웠다.

지금은 애완견으로 사랑받는 요크셔테리어와 미니어처 슈나우저는 원래 쥐잡기 용도로 개량된 종이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쥐가 신대륙과 남태평양 섬들로 들어갔다.

오늘날 이스터섬 야자나무가 사라진 이유는 바다를 건너간 쥐가 나무 열매를 모조리 먹어서

없앴기 때문이라고 한다. 뉴질랜드 키위 새는 쥐가 새 알을 먹어 치우는 바람에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페스트, 렙토스피라, 유행성 출혈열은 모두 쥐를 숙주 삼아 번지는 전염병이다.

 

▶지난달 아르헨티나를 출항한 유람선에서 쥐가 매개하는 한타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가 발생했다.

질병 확산을 우려한 나라들이 입항을 거부해 유람선 승객들은 한 달 넘게 바다 위를 떠돌다가

5월 9일 간신히 카나리아 제도 입항 허가를 받았다.

그 사이 망망대해에서 바이러스 공포에 떨었을 승객들도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쥐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졌다.

인류의 생명을 살리는 신약은 실험용 쥐의 희생 덕에 세상에 나온다. 의외의 효용도 있다.

내전을 겪은 캄보디아는 후각이 발달한 감비아 주머니쥐를 훈련시켜 지뢰 수색에 투입하는데

사람보다 몇 배나 더 지뢰를 잘 찾는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선 식용으로 쓴다.

SF 영화 ‘데몰리션 맨’에선 햄버거용 고기 패티로 등장한다.

쥐는 지금도 안 보는 곳에서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 뉴욕 지하에는 200만 마리가 산다.

병 주고 약 주는 관계도 계속될 것이다.

쥐가 퍼뜨리는 질병에서 완전히 벗어날 방법도 없어 보인다.

 

출처 : 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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