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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또 하루

by maverick8000 2026. 6. 17.

 

 

 

여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가 저물어간다. 아침 5시에 눈을 떴고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해치웠다.

아삭거리는 샐러드와 근심만 전하는 뉴스로 아침을 채우고 종일 작업에 매달렸다.

해가 지고 나서야 몇 통의 연락에 늦은 답장을 보냈고 어질러진 작업실을 청소하며 무사히 오늘을 닫았다.

분명 손과 발은 바쁘게 움직였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며 시간을 채웠는데,

틈만 나면 하나의 생각이 샘물처럼 고였다. 나는 어디에 있나. 어디쯤 와 있는가.



이따금 나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처럼 잠시 빛나 세상을 스쳐 지나갈 뿐인 삶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 온 것일까.

그리고 이 짧은 생을 지나며 내가 건네온 사랑은 과연 그대들에게 얼마만큼 전해졌을까.

나의 빛은 세상을 얼마나 밝혔나. 나로 하여금 당신 삶의 그늘이 조금은 가셨는지.

아무리 헤아려보려 해도 답이 없는 질문들이 가슴에 잔물결처럼 번져간다.

삶이 출발지와 목적지가 찍힌 지도를 들고 나서는 여행길 같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와 돌이켜보면 나의 삶은 매일 바뀌는 날씨를 견디고 적응하기 바쁜 한 그루 나무와 더 비슷했다.

삶은 맑게 개어 평온하다가도 금세 흐려졌고, 아무런 예고도 이유도 없이 세찬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날에도 흘러가는 시간은 어김없이 다음 장면을 펼쳤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은

바람처럼 순식간에 불어와 전신을 흔들었다.



기쁨과 후회가 솟고, 자책과 감사가 엉키고, 기대가 체념으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수용으로 맺히는 매일이다.

그런 와중에도 잠들기 전 머리맡에 둘 알람을 맞춘다.

휴대폰 화면을 톡, 두드리는 손가락 끝의 짤막한 감각이 또렷하다.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이토록 사소한 동작 속에 깃들어 있다니.

어쩐지 존재의 무게가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또 하루를 산다. 빛이 완전히 사그라들 때까지, 선처럼 가는 궤적을 그리며.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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