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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역부족과 자포자기

by maverick8000 2026. 6. 17.

 

 

 

 

역부족(力不足)은 힘에 부친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자포자기와 쉬이 연동된다.

힘에 부치니까 포기한다는 식의 연결이다.

그런데 역부족이란 표현의 지식재산권자인 공자의 이해는 이와는 정반대였다.

 

하루는 제자 염구가 공자에게 고백했다.

“선생님의 도를 제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행하기에는 힘에 부칩니다.”

이 고백을 들은 공자는 단호한 어조로 염구를 훈계했다.

“힘에 부친다고 함은 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것이다. 너는 지금 하기 전부터 한계를 긋고 있다.”(<논어>)

 

공자 말의 핵심은 해본 다음에 한계에 봉착하느냐, 아니면 해보지도 않은 채 한계부터 긋느냐에 있다.

공자 보기에 염구는 시작도 안 한 채 역부족 운운했으므로 이는 역부족이 아니라

‘스스로 한계를 긋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자는 역부족은 해볼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본 다음에 힘에 부쳐 중도에 그만두는 것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따라서 역부족은 문제가 될 수 없었고, 해보지도 않고 머릿속으로만 자기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훗날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는 스스로 한계를 긋는 것을 일컬어 ‘자획(自劃)’이라 표현했다.

자포자기와 쉬이 연동되는 것은 역부족이 아니라 자획이다.

스스로 한계 짓는다고 함은 곧 스스로를 버리는 자포자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포자기란 표현의 지식재산권자인 맹자는 자포자기나 자획 모두 자신이 자기를 버리는

행위이지만, 그 결과 남들로부터도 버림받게 된다고 통찰했다.

내가 나를 버리면 남들도 나를 버리게 된다는 얘기니, 그렇게 나는 사회적으로도 파탄 나게 된다.

 

역부족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힘에 부치는 한계를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단련된다.

그렇게 단련된 몸과 마음은 그다음 단계, 그러니까 한계를 돌파하는 데 실질적 발판이 된다.

그래서 역부족의 체험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발휘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사회를 일구고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회에는 나보다 센 사람이 반드시 존재하게 마련이다.

내 뜻대로만 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삶을 포기할 수도 없다.

역부족의 체험을 통해 ‘중꺾마’의 역랑을 강화해 가야 하는 까닭이다.

 

김월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원장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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