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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내신 리셋'

by maverick8000 2026. 6. 22.

 

 

 

초·중·고교에 다닐 때 이른바 한두 해 ‘꿇은’ 학생이 있었다.

장기 결석할 정도로 몸이 아프거나 사고를 쳐서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전상국의 중편 ‘우상의 눈물’에도 1년 꿇은 사고뭉치 최기표가 나온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흔히 있는 일도 아니어서 특별히 주목받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1년 꿇은 학생이 늘고 있다.

고교 1학년 때 내신을 잘 받지 못하면 자퇴한 후 이듬해에 1학년으로 다시 입학해 ‘내신 리셋(reset)’에

나서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입 재수도 아니고 단지 내신을 위해 ‘고1 재수’라는 비정상적 선택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고교에 입학했다가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학생이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다.

전부가 내신 때문에 그만두지는 않았겠지만 ‘내신 리셋’ 열풍을 보여주는 통계인 것은 분명하다.

 

▶예전엔 고교를 자퇴하는 이유가 검정고시를 치르려는 목적이 많았다.

그런데 검정고시 출신은 학교생활기록부가 없어서 수시 전형에서 불리한 데다 정시 모집에서도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학이 많아졌다.

여기에다 지난해 고1부터 경쟁 완화를 내걸고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었다.

1등급 비율이 4%에서 10%로 늘어났지만 “2등급 아래로 떨어지면 인서울이나 의대 진학은 사실상 끝”이라는

불안감은 더 커졌다고 한다.

 

▶‘내신 리셋’이 특이한 현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입시 전략은 입시 전문가들이 착안해 학부모들에게 권하는 것인데 이 ‘내신 리셋’은

강남 엄마들이 고민해 자녀에게 권하는 제도라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 얘기다.

미리 1년 재수하는 셈치라며 권한다는 것이다.

현장 교사들은 이를 극복할 대안 자체가 없어서 말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효과 면에서 절묘할지 몰라도 ‘학교를 대입 때문에만 다니는 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에 내신 같은 이유로 1년 꿇는 학생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근래 우리나라 입시 제도를 바꾸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이 없다시피 하다.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구조는 그대로인데 입시 제도만 바꾸면 대부분 혼란과 부작용만 커지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경쟁을 완화하겠다고 도입한 내신 5등급제는 또 하나의 그런 예로 남을 것 같다.

AI 시대엔 대입 등 교육 제도가 크게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을 준비하는 기미는 없고

실패 사례만 쌓이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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