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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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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노예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한 청중의 질문이 기억에 남는데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아낌없이 기술을 전수해주던 사장이암에 걸려 치료 중이라 이직을 고민 중이라는 사연이었다.그는 자신이 이직하면 직원이 몇 없는 회사가 망하진 않을까 괴롭다고 했다.놀라운 건 강사의 호통이었다. 노예가 왜 주인 걱정을 하냐는 것이다.세상을 갑과 을로만 보는 그의 시각에 놀라 아직까지 잔상에 남는다. 술에 취해 귀가하는 후배의 안전을 걱정해 택시 번호판을 휴대폰으로 찍은 선배가 있다.또 한 선배는 회식 자리의 신입에게 외모 품평에 술 따르기를 강요한 상사를 제지하며미투를 경고했다. 대부분은 이들의 행동에서 선의를 느낄 것이다.하지만 이들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 당했다.택시 번호판을 찍은 건 성희롱이고,.. 2024. 5. 13.
아버지의 노래 봄의 향기가 진동하는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설레는 마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때문일까요? 평범했던 거리도 사람들의 활기찬 걸음으로생기가 넘칩니다. 며칠 전 저녁, 밤공기가 아주 따뜻해졌다고 느끼며 집으로 돌아오는데문득 3년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이렇게 멋진 계절을 몇번만 더 아버지와 함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니잘해드리지 못한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버지와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상상해 보았습니다.다정하게 손을 잡고 꽃향기를 맡으며 걸어보는 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짜증 내지 않고상냥하게 대답하는 일, 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하시던 노래를 같이 불러보는 일 등등….부모를 보낸 자식들 마음이 다 그러하겠지만 그리 힘들지 않은.. 2024. 5. 10.
경상도 욕을 찾다가 청소년 시를 쓰다가 경상도 사투리가 가물가물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아빠가 엄마 생일 깜박하면 뭐라고 욕해?”“대뜸 전화해서 뭐라는겨. 왜 그려?”경상도 사투리가 필요한데 포항 사는 엄마가 충청도 사람인 걸 깜박했다.“엄마는 욕을 그렇게 잘하더니, 그게 다 충청도 욕이었어?”   전화기를 붙들고 궁리를 해도 생각이 안 난다. 한참을 그러다가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에게 연락하게 됐다.“이게 누꼬? 잘 있었나?”전화를 걸자마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궁디 주 차뿔라”통화 중에 욕을 들어도 웃음이 터진다.청소년기엔 말끝마다 욕을 했다. 실내화만 벗겨져도 ‘미쳤다’ ‘돌았다’ 그랬다. 다들 욕을 쓰니 그땐 욕이 욕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욕하는 사람을 보면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나는 입.. 2024. 5. 10.
함부영 - 부르신 곳에서 함부영 - 부르신 곳에서 2024. 5. 10.
한웅재 -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한웅재 -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2024. 5. 10.
하니 - 동행 하니 - 동행 2024. 5. 9.
하나되는 기쁨 하나되는 기쁨 2024. 5. 9.
피아워십 (F.I.A WORSHIP) - 하나님의 부르심 피아워십 (F.I.A WORSHIP) - 하나님의 부르심 2024. 5. 9.
Holypeople - 오늘 이 하루도 Holypeople - 오늘 이 하루도 2024. 5. 8.
세월이 주는 선물 4월에 이탈리아 베니스에 다녀왔다.각국 작가들이 모여 2년마다 작품 전시를 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취재하기 위해서다.정년퇴직한 전직 기자인 나와 미술전시기획자 김지원씨가 함께 그곳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었다.미술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베니스 비엔날레를 소개하고,도시 전체가 예술이자 베니스의 상인과 마르코폴로와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고향인 그곳의 속살을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베니스에서 나는 아름다운 운하, 각국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났지만 무엇보다 과거의 나,38년 전에 이곳을 처음 찾은 나를 만났다. 당시 27세였던 나는 유럽 여행 중 베니스에 이틀 동안 머물렀다.리알토 다리 아래 카페에 앉아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며 찍힌 사진(지나가던 관광객이 찍어준)을지금도 간직하고.. 2024. 5. 7.
나를 제외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얼마 전 김형석 교수님을 모시고 강의를 들었다.올해 104세가 되셨는데 논리 정연하게 강의하시는 모습을 보며 다시 감탄했다. 김 교수님은 평생 연세대학교에서 철학교수로 봉직하셨다.총장이 바뀔 때마다 보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김 교수님이 이번에 교무처장을 맡아 저를 도와주세요.” 신임 총장으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으면잘 생각해보겠노라고 답변하고 집에 와서 심사숙고를 했다고 한다.“나를 제외하고 지금 상황에서 어떤 교수가 교무처장을 맡으면 가장 잘할까?”이렇게 심사숙고한 후 최적임자를 추천했다고 한다.그리고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면 대개 그분을 임명했다고 한다. 총장이 바뀔 때마다 처장·대학원장·부총장 등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그때마다 ‘나를 제외한 최적임자’ 를 찾아서 추천했다고 한다.. 2024. 5. 7.
듣기, 읽기, 쓰기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글쓰기 전반을 책으로 쓰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을 때가 있다.거절의 이유는 방법론을 얘기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그냥’ 쓰기 때문이다.정해진 트랙을 도는 마라토너처럼 아침이면 의자에 앉아 그냥 쓴다.지금도 그냥 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까지가 프로의 관건이라 믿는다.쓰면서 스스로에게 종종 되묻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싶은지 ‘남이 듣고 싶은 얘기’를쓰고 싶은지에 대한 구분이다.이 차이 역시 중요한데 그 사이 어딘가에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쓰기에 대한 다른 시각을 더 얘기하자면, 글을 잘 쓰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쓰기가 아닌 ‘듣기와 읽기’에 있다. 내가 쓴 대부분의 글은 내가 귀 기울여 듣거나 읽은 것이다.물론 읽고 들은 것.. 2024.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