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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블완10

마지막 여행날 2024. 11. 19.
악어쇼 먹고 사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24. 11. 18.
인천공항 비 내리는 인천공항..그렇게 세 명이 떠났다.. 2024. 11. 17.
일상 가을이 왔다.. 2024. 11. 16.
확증편향 그는 서울 한 귀퉁이 원룸에 산다. 아침 7시 30분. 집을 나와 출근하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지하철 객실에 빈 좌석이 보인다. 구석에 앉아 유튜브 방송을 본다. 오후 6시. 나인 투 식스(9 to 6) 일과가 끝나 집으로 향한다. 귀에 다시 이어폰을 꽂는다. 핸드폰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문이 “쿵~”하고 닫힌다. 또다시 그는 혼자다.우리는 확증편향의 세상에 산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편식한다. 이질적인 정보는 무시한다. 나홀로 공간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수용해 원래 생각이나 신념을 확장시키고 굳혀간다. 해럴드 애덤스 이니스는 1951년 ‘커뮤니케이션 편향’이라는 책을 내놨다. 편향은 선호 혹은 경향 그 이상의 의.. 2024. 11. 15.
당신 마음이 내 마음이다 아버지가 내게 해준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는 생전에 두 번 집을 지었다. 우리가 살던 집을 작은 아버지에게 넘기고 새로 집을 지었다. 중학교 1학년이던 내가 봐도 집 짓는 일이 순탄치 않았다. 지대가 낮은 무논에 잡석을 깔고 객토(客土)를 진흙에 섞어 며칠째 지반 다지는 일을 봤기 때문이다. 터다지기가 시작된 날 아버지와 나는 지붕에 씌울 기왓장을 사러 충주에 기차를 타고 갔다. 아버지 회사 트럭은 기와 상차(上車)를 위해 하루 전날 떠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아버지는 충주까지 기와를 사러 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기와공장 김 사장은 아버지보다 두 살 위였지만, 소학교에 같이 다닌 동창생이다. 8.15해방으로 더는 학교에 다니지 못한 뒤로 서로 연락 없었으나, 6·25전쟁 중 전상을 입.. 2024. 11. 14.
딸이 된 아들 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는 스스로 ‘비너스’라 칭하고 여신처럼 행동했다.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하며 남자들과 연애했다. 의사들에게 성전환까지 의뢰했다고 한다. 남성적 권위와 전통을 숭상한 로마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지지했지만 외조모는 끝까지 반대했다. 결국 외조모와 귀족들의 반발로 재위 4년 만에 암살되고 기록 말살형에 처해졌다. ▶성 정체성 혼란은 주위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부모는 말할 것도 없다.50대 지인이 딸을 둔 남성과 중매로 결혼했다. 남편 딸을 처음 만났는데 180cm 넘는 거구에영락없는 남자였다. 놀란 아내에게 남편은 “죽을 각오로 아들을 말렸지만 결국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고백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지내는 ‘아들 같은 딸’을 바라보는 두 사.. 2024. 11. 13.
고통을 누르는 다른 고통 김연수의 단편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에는  실연의 상처가 너무 커서치과 의사에게 통증이 있다고 거짓말한 후, 멀쩡한 생니를 뽑는 남자가 등장한다.남자는 생니를 뽑아내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서 운다.그는 온 몸을 바쳐 사랑했던 여자가 떠난 뒤 남은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만성적 이명으로 고통 받던 선배가 흥미로운 얘기를 한 적이 있다.이명 때문에 늘 굶주린 모기와 함께 동거하는 음울한 기분이었는데 그만 대상포진에걸렸다는 것이다. 몇 주를 지독히 아프고 난 후 생각하니, 몇 년간 자신을 괴롭히던이명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곧장 이비인후과에 달려가 다시 검사를 한 선배는 의사에게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진단을 받았다. “대상포진의 부작용으로 이명이 나은 걸까?” 그가 .. 2024. 11. 11.
나의 부고 기사를 준비하는 법 얼마 전 만난 모 신문사의 국장은 자기 담당이 아닌데도 부고 기사를 가끔 쓴다고 했다.자신과 친분이나 추억이 있는 어르신이 돌아가셨을 때 그분을 만나본 적도 없고 잘 모르는젊은 후배보다는 자신이 정확하고 애정을 담아 부고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란다.인터넷을 뒤져 요약한 자료와는 달리 잘 쓴 부고 기사는 고인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며칠 지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부고 기사, 즉 어떤 사람의 죽음을 지인들에게 알리는기사 담당인 제임스 R. 해거티가 쓴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란 책을 읽었다.‘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란 부제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죽기 전에 스스로 부고 기사, 아니 부고를 써보라고 권한다.남들에게 기억되는, 왜곡되었거나 뻔한.. 2024. 11. 8.
모든 것은 전자제품이 될 것이다 기어이 유선 이어폰을 쓴다. 내가 비주류 유행이면 뭐든 흉내 내는 늙은 힙스터(Hipster)라서는 아니다.얼마 전부터 유선 이어폰이 다시 유행이라는 기사들이 등장했다. “힙쟁이 필수템”이라는 기사도 있다.힙쟁이는 힙스터의 한국식 변용이고, 필수템은 필수적인 아이템이라는 소리다.나이가 들어도 젊은이 용어를 알아야 산다. 유행 때문에 다시 꺼낸 건 아니다. 나는 무선 이어폰을 구매한 적이 없다.모두가 애플신과 삼성신에게 계몽이라도 받은 듯 무선 이어폰을 구매할 때도 꿋꿋했다.산만한 성격이다. 뭘 자주 잃어버린다. 모르는 사이 몸에서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기기는 불안해서쓸 수 없다. 키는 작은데 귓구멍은 또 크다. 참 쓸모없는 신체다. 내가 유선 이어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이다. 무선 이어폰을 쓰려.. 2024.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