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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육·해·공 사관학교 졸속 통폐합, 부작용 크다

by maverick8000 2026. 6. 11.

 

 

 

동서양을 막론하고 군사고전으로 평가받는 『손자병법』의 첫 문장은 ‘군사 문제는 

국가의 중대사이므로 반드시 심사숙고해 살펴봐야 한다’로 시작한다. 

현대사회에서 군사는 정치의 하위개념이기 때문에 선진국 군대는 민간 권력이 통제한다. 

이것이 바로 문민통제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1957년 출간한 『군인과 국가(The Soldier and the State)』에서 

문민통제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민간이 군의 모든 영역에 개입하는 ‘주관적 문민통제’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이 국가 대전략의 결정권을 갖고 군의 전문적인 영역은 존중하는 ‘객관적 문민통제’다. 

헌팅턴은 후자가 군의 전투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전쟁의 결심 및 파병 결정 등의 정책은 정치가 결정할 영역이다. 

하지만 군 인사, 교육훈련, 방위력 개선 등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주관적 문민통제인데 

이것은 오히려 군사력을 약화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육·해·공 3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서두르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국군사관학교 TF’를 신설했고, 이 대통령은 얼마 전에 국무회의에서

사관학교 통폐합에 대해 “계획보다 집행이 중요하다”면서 빠른 속도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군사적으로 충분한 검토 과정과 국내외 사례 연구도 없이 무리하게 서두르고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는 ‘장능이군불어자승(將能而君不御者勝)’이다. 즉,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가 

이를 제어하지 않는 군대가 이긴다는 뜻이다. 

정치가 군의 전문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나라의 근심거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2500년이 지났지만, 이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수십 년 동안 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단언할 수 있다. 

무기 체계는 예산을 투입하면 중·단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유능한 장교는 돈으로 살 수도 없고, 하루아침에 육성할 수도 없다. 

장교 한 명이 제 역할을 십분 발휘하기까지는 최소 20년이 걸린다. 

정예장교 양성이 수십 년 뒤를 내다보는 국가적 투자로 여겨지는 이유다.



군에서 어떤 역량과 정체성을 갖춘 장교가 필요한지는 민간 지도자보다는 군 지휘관들이 더 잘 안다. 

따라서 장교는 군 지휘관의 책임으로 양성해야 한다. 만약 사관학교 교육을 성급하게 통폐합하면 

그 결과는 대한민국 안보에 큰 부작용을 끼치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안보 위협이 상존하고 있고, 규모도 큰 한국군이 군 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 방안도 없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만 섣부르게 통폐합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이런 실험 때문에 자칫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으로 흔히 3군 합동성을 거론하는데, 합동성은 한 사람이 지·해·공 작전을 

모두 잘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화한 지·해·공 부대를 하나의 목표를 위해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할 때 달성 가능한 것이다. 

사관학교를 섣불리 통폐합하지 않고, 전문성과 합동성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육·해·공 3군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각 군의 정신·전통·정체성이 시작되는 곳이며, 이는 전장에서 결연한 의지와 승리하기 위한 

역량으로 이어진다. 지금 정부는 합동성 강화, 인구 절벽 대응, 미래 전장 환경 대비, 우수 인재 확보 등 

다양한 이유를 내세우며 통폐합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사관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교육 과정 개선, 합동 교육 강화, 인사 평가 제도 개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 

충분한 검토도 없이 정해진 답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온 장교 양성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면 충분한 연구와 토론, 

시범운영 및 검증을 선행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심사숙고다. 

신중한 검토 없이 결론이 앞서면 안 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잠시 멈추고, 우리 군에 가장 적합한 사관학교 교육 개혁 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정승조 전 합참 의장‘한미동맹재단 명예회장



 [출처: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