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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휴게소에서 홍삼을 사지 않는 다정함

by maverick8000 2026. 6. 29.

 

 

 

종종 기업에서 강의 요청이 온다. 언젠가는 대기업의 신입 사원 연수 자리에 간 일이 있다.

정말 건실해 보이는 청년 수백 명이 앉아 있었다. 강의가 끝났을 때 누군가가 물었다.

“제가 얼마 전 휴게소에서 어떤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배가 고프니 밥을 좀 사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서 그러겠다고 하니, 그러면 본인의 차에 있는 홍삼을 한 박스 사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홍삼을 사주었는데 그게 그 사람의 영업 방식인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여태 그런 것에 속느냐고 저를 비웃었고요. 계속 사람에게 다정해도 괜찮을까요?”

 

그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원 중에서도 단연 건실해 보였다.

세상엔 그러한 이들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나면 결국 선의도 호의도 무디어지고 만다. 우선 그에게 답했다. 너무 잘하셨다고.

“저는 세상은 홍삼을 안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사는 사람들로 인해 좋은 쪽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인생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 때문에 어렵게 지켜 온 삶의 태도를

버리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어른의 다정함이란 정확하고 치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을 통해 당신의 다정함이 정확해졌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제 그렇게 홍삼을 사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른 것을 사서 후회하게 된다면

당신의 다정함은 더 정확해질 겁니다.”

 

홍삼을 사지 않는 다정함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축하를 건네니 그 자리의 모두가 잔잔하게 웃었다.

누군가는 그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태도를 버리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조금 더 그 태도에 가까워진다.

한 개인의 태도는 처음부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부딪히고 연마되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어른의 다정함 역시 그러하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간편한 마음이 아니라 수없이 깎여 나가는 와중에 자신을 지켜나가며 만들어진

치열한 다정함. 그런 이들의 다정함은 누군가에겐 대책 없는 소년의 선택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이 필요한 곳에 온전히 도착하고야 만다.

그렇게 우리의 선의는 악용되지 않고 정확하게 피어날 수 있다.

 

그를 만난 지도 이제 2년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태도를 잘 지켜나가고 있을까.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만 여러 부침으로 깎여나가더라도 스스로의 모습을 잘 완성해 나가고 있길 응원한다.

언젠가 홍삼 같은 것을 사고 후회했을지 모를 당신의 다정함에도 함께 응원을 보낸다.

 

김민섭 작가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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